'가짜 뉴스' 논란이 언론에 던지는 질문

입력 2016-12-25 13:55   수정 2016-12-28 21:31




(최진순 디지털전략부 기자) 세계적으로 가짜 뉴스(fake news)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논란이 확산된 것은 미국 대선이다.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 양 후보의 격전이 이어지면서 두 후보에게 유불리한 뉴스들이 쏟아졌다. 실제 가짜 뉴스를 만들어 유통한 사람들은 선거결과에 영향을 줬다고 자부할 정도다.

가짜 뉴스는 전형적인 뉴스의 형식을 띠지만 그럴싸한 내용을 전하면서도 거짓 정보 위주로 채우는 뉴스라고 할 수 있다. 또 제목을 선정적으로 달아 더 많은 주목과 의도된 결과를 초래하게끔 지능적인 확산전략을 갖는다. 개인 블로그나 불명확한 사이트 특히 소셜네트워크(SNS) 계정을 기반으로 가짜 뉴스가 유통되지만 유명인이나 기관, 통계 등을 인용·언급하며 믿을 수 있는 근거를 내세운다.

현재까지 얼마나 많은 가짜 뉴스가 생산, 유통되는지 정확한 통계는 잡히지 않고 있다. 다만 소셜네트워크는 가짜 뉴스 유통의 대표적 텃밭으로 떠오르고 있다. 페이스북이 가짜 뉴스가 많이 돌아다니는 곳으로 논란이 일자 되자 주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지난달 "페이스북 뉴스피드에 뜨는 뉴스의 대부분은 진짜 뉴스"라고 반박한 적도 있다.

문제는 포털사이트 검색이나 소셜 네트워크 타임라인으로 접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언론사보다는 페이스북, 블로그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뉴스 구독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 정보 기관 퓨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에 따르면 올해 미국 대선 정보를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에서 얻었다는 비율이 절반에 달했다. 국내도 비슷하다. <2015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소셜미디어(7.9%)가 종이신문(3.2%)보다 '미디어별 매일 이용률'이 두 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갇혀진 전통매체 사이트가 아니라 서로 연결된 소셜미디어의 부상은 가짜 뉴스가 더 범람할 수 있는 여건으로 볼 수 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전통매체의 신뢰 추락도 거든다. 저널리즘의 신뢰도가 떨어진 데에는 언론사들이 뉴스 검증과 독자 소통을 생략한 채 속보경쟁, 형식경쟁에만 치중했기 때문이다. 전통매체와 독자 사이에 거리가 멀어지면서 그 간극을 가짜 뉴스가 메꾸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스스로의 능력보다 타인을 흠집내 성공만 추구하는 갈등 본위 사회, 거짓말을 일삼고 약속을 깨도 내편이면 책임을 묻지 않는 파벌사회 등 우리 공동체의 고질적인 문제가 도사린다. 가짜 뉴스같은 왜곡된 정보로 정치적·상업적 이득만 챙기려는 개인과 집단이 활동할 수 있는 온상이 된 것이다.

게다가 뉴스 이용 환경도 크게 바뀌고 있다. 언론사처럼 뉴스 생산자가 아니라 포털같은 유통 플랫폼의 집중도가 커지면서 특정 사안의 전후와 본질을 파악하는 맥락형 소비는 실종되고 파편적이고 편식성의 뉴스 소비가 자리잡았다. 가치와 메시지를 드러내는 대안형-틈새형 미디어나 SNS에서 평판이 좋은 개인 미디어도 약진했다. 뉴스 과잉의 시대에 가짜 뉴스도 뉴스 생태계의 한 영역을 조용히 잠식하며 불편한 현실이 됐다.

그렇다면 가짜 뉴스는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언론사와 포털사이트·소셜미디어 등의 각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우선 뉴스 생산자인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독자를 가르치고 심지어 다그치는 계도성 언론이 아니라 개방성, 상호성, 다원성 같은 새로운 미디어 생태계에 걸맞는 인식과 철학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신뢰성을 높이고 독자와의 상호소통을 높여 뉴스의 가치, 충성도를 높이는 혁신이 필요하다. 화려한 뉴스포맷 변화추구가 아니라 '과정으로서의 뉴스'로 '혁신의 혁신'을 전개해야 한다는 의미다.

둘째, 포털사이트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의 정교한 기술적·행정적 조치가 절실하다. 가짜 뉴스 생산·유통 채널을 방치하면 스스로의 경쟁력도 무너진다. 나쁜 콘텐츠로 알고리즘의 허점만 커지고 검색의 질이 나빠지면 비즈니스모델도 파국으로 연결된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포털사업자는 이용자제휴평가위원회 등으로 언론사 기사심의를 하고 있지만 '상업성'에 초점이 맞춰진 상태다. 네이버가 더 나은 콘텐츠를 위해서 '합작회사' 모델을 내세울 정도로 플랫폼의 '물 관리'는 모바일 생태계에서 더욱 중요하다. 사실관계가 잘못된 가짜 뉴스를 정의하고 시장에서 퇴출할 수 있는 논의도 강화돼야 할 것이다.

셋째, 뉴스를 이용하는 독자 스스로 가짜 뉴스를 분별하는 능력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교육기관을 중심으로 미디어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 뉴스리터러시를 제도적으로 정립하는 논의가 필요하다. 언론단체도 관련 분야를 밀레니얼 독자 확보 등 뉴스 시장 미래와 결부시켜 파악하고 이를 정책적으로 뒷받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독자가 가짜 뉴스에 쉽게 현혹되지 않는다면 사실상 가짜 뉴스가 시장에 확산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시장 자율과 자정의 순기능을 단순히 기대기보다는 독자가 현명함을 갖출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넷째, 가짜 뉴스를 퇴출하는 근원적인 방법은 사회를 더욱 민주화하는 것이다. 정치·경제·문화 등 각 분야의 투명성을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불만과 갈등을 중재하는 조정자가 없고, 부패와 반칙이 넘치며 빈부격차 등 양극화가 최고조에 이르는 곳일수록 이른바 '샤이(shy) 독자'들은 늘어나기 마련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극적으로 들려주는 가짜 뉴스에 목말라 있었기 때문이다. 기계적 중립이나 선악을 구분하기 어려운 뉴스가 판치는 곳일수록 더욱 그렇다.

알랭 드 보통은 자신의 책 <뉴스의 시대>에서 "모든 것을 뉴스가 믿음직스럽게 해낸다 하더라도, 우리가 뉴스에 대한 경계를 낮추지 말아야 하는 이유들은 변함없이 한 움큼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연결과 관계'의 문명에 참여하는 독자들은 점점 뉴스를 맹목적으로 수용하거나 뉴스를 지나치게 기피하지 않고, 꼭 필요한 정보를 선별적으로 소비하는 과학적인 소비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소비가 나의 판단에 얼마나 유용한지 많은 사람들과 대화할 것이다. 로봇이 뉴스를 만들고 데이터가 뉴스를 요리하게 됐지만 언론사는 스스로 만드는 뉴스가 혹시 '가짜 뉴스'가 아닌지 끊임없이 질문해야 할지 모른다. (끝) / soon6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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